들어가며
논스 1차 성장 보고서에 대한 알람을 받고 사실은 정말 놀랐어요. ‘3개월이 이렇게나 빠르게 지나갔나’ 하는 아쉬움과 당혹스러움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금방 지나간 시간만큼 나는 그동안 의미있는 일들을 많이 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도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성장 보고서를 쓰면서 의도치 않게 한 분기에 대한 회고를 하게 되고 다음 분기는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다짐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학 지원부터 지난 3개월 간의 새로운 시도, 추억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회고 시간까지, 논스에 무한 감사드리며 성장 보고서 시작하겠습니다.
성장1 : 독서
빛의 속도는 소리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읽는 것이 듣거나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독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두뇌 훈련이라고 믿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와 독서에 대한 약속을 합니다. 2024년 새해 다짐에서 스스로와 2주에 1권은 꼭 읽자고 다짐을 했었는데, 지난 3개월간 제대로 읽고 글을 남긴 책이 3권입니다. 단순히 양만 채우기 위한 독서를 막기 위해 제 개인 블로그에 독후감을 올리고 있습니다. 약속대로라면 6권을 읽어야 하는데 절반에 미치는 숫자네요. 논스에 들어와 이리저리 이동하는 시간을 한참 줄이고 앞, 뒤로 여유시간이 많이 생겼다고 느꼈는데 그 시간을 제가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성장 보고서이긴 하지만 독서 성장은 목표한 만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회고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성장 보고서에서는 2주에 1권 목표를 이룬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 독서한 책 3권 : <노화의 종말>, <마케팅 설계자>, <야성적 충동>
성장2 : 외부 커뮤니티
논스를 단순히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논스 장학생에 지원했었습니다.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버그홀’이 버그시티라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한 web3 회사이기 때문에 저도 커뮤니티의 힘을 논스에서 배워 회사의 성장에 보탬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3개월은 논스라는 커뮤니티가 나에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도록 나의 일상 생활 리듬과 규칙을 맞춰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다르게 오프라인 커뮤니티만이 가지는 공간과 우연성의 위력을 체감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주말 아침에 딱히 계획이 없어 지하 거실에서 닌텐도를 하고 있다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온 2호점 식구들에게 아점을 얻어먹은 경험처럼 같은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우연한 경험들, 그리고 그 경험들에서 삶의 따뜻함과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며칠 동안이나 나에게 힘이 되었고 이런 커뮤니티가 인간의 삶에 참 필요하겠구나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더 공감하게 되었고 버그홀 팀에서도 해외 커뮤니티를 확장시켜나가는 것에 대해 제 목소리를 꾸준히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 버그시티 글로벌에서 자발적으로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30명 가까이 되는 참여자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될까?’하는 의문점도 갖고 시작했던 해외 로컬 행사이지만 저를 포함해 버그홀 팀원 모두가 공감하는 커뮤니티 가치가 있었기에 지속적으로 진행해서 점점 더 성과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활동 중 하나라 지난 3개월의 성장 포인트로 꼭 알리고 싶어요.
- 인도네시아 피자 파티 : 2024년 5월 13일, 약 8명의 참여자가 모여 피자를 시켜 편하게 웹3에 대한 대화를 진행
- 나이지리아 웹3 파티 : 2024년 6월 9일, 약 20명의 참여자가 모여 웹3 교육 및 버그시티 & 버그폴리 게임을 진행
성장3 : 회사의 아시아 팀 규모 성장
버그홀 팀 외에도 미국 IT회사의 PM(Program Manager)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전원 원격 근무 체제이지만 저는 논스에 거주한 덕분에 삼성역에 위치한 출근자를 위한 사무실에 출근하며 일하게 되었습니다. 논스에서 사무실까지 Door-to-door로 20분 걸리는 위치라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서 오전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편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난 3개월 동안 아시아 기반의 팀 멤버가 총 14명이나 증가하며 이제는 미국 본사보다도 더 많은 인원의 엔지니어 인력을 갖추게 되었어요. 총 14명의 새로 들어오신 멤버 분들은 한국에서 4명, 방글라데시 8명, 필리핀 2명으로 정말 다국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오전 일찍, 밤 늦게 미팅도 많았는데 마침 저는 논스로 거주지를 옮긴 뒤라 부담없이 이런 중요한 미팅들에 참여해서 의사결정에도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성장4 : 논스 덕분에 해본 새로운 것
성장 보고서 작성 덕분에 지난 3개월간 혹시 나에게 논스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새로운 일들이 무엇이 있었을까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기억했던 것보다 막상 정리해보니 꽤 많아서 논숙자 분들과 논스에 더욱더 감사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 초호화 한옥 숙소에서의 여모(feat. 아무도 룰을 모르지만 재미난 포커게임) : 2호점의 걸크러쉬 예림언니 덕분에 북촌의 초호화 한옥 숙소에서 2호점 여성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2호점에 입숙한지 딱 1주일 지난 시점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밤 늦게라도 꼭 오라는 메세지들과 짧지만 밀도있게 즐겼던 시간이 지금까지 논스에서 쌓은 추억 중에서도 1번으로 꼽는 추억이 되도록 해주었어요. 무엇을 그렇게 재밌게 했냐고 물으면 딱히 특별한 활동은 없지만 함께 맛있는 것들 나눠먹고, 룰도 모르지만 우리끼리 재밌으면 됐다며 포커게임도 치고, 노래방 기계로 노래도 부른 추억들이 모두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 강남 한복판 야외에서의 요가 : 지금은 2호점을 졸업했지만 요가고수 승민님이 5월 어느 날 휴일에 2호점 야외 공터에서 요가 교실을 열었답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하긴 하지만 요가를 어디서 배워보거나 진득하게 해본 적은 없어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요가도 아니고 강남 한복판 야외에서, 멋진 노래에 맞춰 40분 정도 요가를 해본 시간은 저에게 운동의 새로운 영역을 일깨워준 경험이었습니다. 특히나 그 멋진 노래가 제가 원래도 정말 좋아하던 ‘Take me to church’라는 곡이라 듣는 순간 소름이 끼쳤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답니다.
- 졸업 후 디사이퍼 세션 참여 : 작년에 제가 잘한 일 중 하나는 디사이퍼에 합격해서 1년간 블록체인 업계를 다양하고 깊이있게 공부했던 경험입니다. 올해는 졸업생으로서 디사이퍼의 매주 토요일 세션에 참석해야 할 의무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도 덜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래도 논스에 살게된 덕분에 걸어서 20분이면 디사이퍼 세션 장소에 충분히 갈 수 있게 되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관심있는 주제를 할 때 세션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디사이퍼 현재 기수 분들도 새롭게 만나고, 또 졸업 기수 중에서 이렇게 정규 세션에 자발적으로 오는 사람 처음 본다며 칭찬 아닌 칭찬도 들어 뿌듯합니다. 이 모든 건 논스 덕분이에요^^
- ‘역삼-삼성’ 코스 시티런 27.89km : 5년 전부터 살던 곳 옆에 강변이 있어서 그때부터 야외 러닝을 시작했었어요. 논스로 이사오고 나서도 문득 러닝이 하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날씨가 좋으면 운동복을 입고 그냥 달려 나가서 길이 보이는대로 달려봤습니다. 강변을 달리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언주역에서 선릉, 삼성중앙역까지의 코스를 여러 번 달려보니 이 쪽 지리와 논스 주변 구석구석 골목을 잘 알게 되었어요. 이제 여름이니 6시 이전에 일어나 달리면 너무 덥지도 않고 정말 좋아요. 지난 3개월간 이렇게 시티런한 기록을 찾아보니 총 27.89km를 뛰었네요. 다음 3개월은 조금 더 목적을 가지고 더 많이 뛰어보고 싶어요.
- 주말, 외국인 동료와 서울 투어 : 함께 일하고 있는 미국 회사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임직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대 때문에 아시아권 엔지니어와 저는 일을 많이 하는데 6월의 어느 날에는 방글라데시 개발자 몇 분이 한국을 방문했어요. 그 중에는 본인 인생의 첫 해외 여행이면서 그곳이 바로 한국이었던 분도 있었습니다. 이 분들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주말에 명동, 롯데월드 등을 데리고 다니며 서울 투어를 해주었어요. 만약 제가 논스에 살지 않았다면 여러가지 이유로, 주말에 그렇게 선뜻 시간을 내서 서울 투어를 해줄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 닌텐도 ‘젤다의 전설’ 시작(feat. 맹윤호님의 닌텐도 기부 후원) :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딱히 해본 게임이 없을 정도인데 어느 날 2호점 식구인 윤호님이 닌텐도를 2호점 지하 거실에 기부 대여(?)해주셨어요. 작년에 젤다의 전설에 대한 극찬을 많이 들었던 터라 젤다의 전설이 설치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선뜻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어디에 푹 빠지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지 아직 젤다를 구출하는 단계의 10%도 진도를 못나간 것 같지만 논스가 아니었다면 젤다의 전설을 정말 그저 전설로만 알고 있었을 거에요. 그래도 이제 젤다의 전설이 어떤 게임이고, 왜 이 게임이 불친절하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모험을 실제로 하는 경험을 주는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